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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스토리/IT뉴스&이야기

2008년 디지털가전 분야 10대 뉴스

류준영 /see@zdnet.co.kr
2008.12.31 / PM 02:13

2008년에는 PC와 휴대폰에서 진화한 '제3의 기기' 시장을 놓고 양쪽 업계가 물러설 수 없는 대치 국면에 들어갔다. 또한 열 받은 디지털 기기들은 참지못하고 수시로 터져버렸다. 소니, 애플 등 유명 브랜드 제품들의 배터리 폭발사고도 또다시 지면을 장식했다.

디지털 기기 시장의 계급은 더욱 선명해졌다. 초저가 알뜰 상품이 확산되는 가운데 초호화 럭셔리 제품이 돈많은 사용자들의 '달라 보이고픈' 욕망을 자극했다. 어중간한 위치에 있던 제품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중산층은 엷어지고 일부 부자와 많은 가난한이들로 나뉘고 있는 한국 사회처럼 디지털 기기 시장도 양극화됐다.

◇사진설명: (사진 上) 인텔의 헬스케어 디바이스(사진 下)블랙베리폰

■ IT제품의 ‘두 얼굴’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가에 따라서 극명하게 갈리는 디지털 제품의 ‘두 얼굴’이 두드러졌다.

지난 2월 모바일과 네트워크를 접목한 인텔 모바일 의료지원솔루션(Mobile clinical assistant, MCA)이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2개월간 성공적인 테스트를 완료, 노령화 시대에 국내외 의료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의료전문인력 부재 및 비싼 의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절감된 세금은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투입돼 나라살림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쏟아졌다.

반면 디지털제품이 오히려 독이 된 사건사고도 많았다. 지난 11월 26일 인도 뭄바이 테러를 일으킨 테러리스트들은 GPS(위성항법장치) 시스템을 이용해 공격 대상을 찾았고 여러개의 다른 심(SIM) 카드(휴대전화 가입자식별카드)를 갖춘 위성휴대폰으로 다른 조직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블랙베리 웹 브라우저는 테러리스트들이 공격할 장소를 미리 찾아보는 도구가 됐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휴대폰을 통한 정보 유출을 염려했던 미국 정부는 중국 방문객들에게 사이버 테러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티베트 유혈 사태로 촉발된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반대시위에선 내비게이션 GPS, 노트북PC가 동원돼 성화봉송 경로를 차단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진설명: (사진 왼쪽)삼보컴퓨터가 선보인 MID신제품을 도우미들이 사용해 보고 있다(사진 오른쪽)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 모바일 단말기 패권 어디로…
모바일 기기 시장을 한 축으로 네트워크란 공통분모를 가진 MID(모바일인터넷단말기)들이 화끈한 초반 레이스를 펼쳤다.

PC진영은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초경량 미니’ 넷북과 PMP에 인터넷 기능을 기미한 신제품들을 선보였다. 이에 맞서 휴대폰 업체들은 스마트폰을 앞세웠다.

네트워크 단말기 시장의 지각변동은 선택폭을 확대한 신제품 라인업, 인풋(Input) 디자인, 차별화된 콘텐츠 서비스란 실탄을 장전한 PC업체와 휴대폰 업체간 격돌은 2009년에도 IT시장의 뜨겁게 달굴 '빅매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여기서 ‘꽝’ 저기서 ‘꽝’
잘 쓰던 노트북이 파열음을 내며 ‘꽝’하고 터지는 아찔한 동영상은 IT시장에 큰 충격파를 안겨줬다. 배터리셀 문제가 원인이었다.

기술표준원이 원인규명에 나섰지만 명확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사용주의를 당부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후 폭발 사고는 노트북뿐 아니라 MP3플레이어, PMP 등으로 확산됐다.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점점 커져만 갔다.

사태의 심각성은 폭발을 일으킨 제품들이 모두 대기업들의 대표 브랜드였다는 것.

바이오(VAIO) 브랜드로 노트북PC시장에서 제법 잘 나가던 소니는 “제품의 누전이나 과열로 형태가 변형될 위험이 있다”며 리콜(회수)조치를 내렸다. 자그마치 미국시장에서만 대략 7만3천대 가량이 회수될 것이란 해외보도가 나왔다.

아이팟으로 MP3플레이어 시장을 호령하던 애플도 아이팟나노가 폭발을 일으켜 체면을 구겼다. 일본경제산업성은 일본에서 판매된 아이팟나노중 181만 2천대가 폭발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었다. 1세대 아이팟나노 폭발 사건이 터졌다. 1세대 아이팟나노 국내 판매량은 집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불안은 증폭됐다.
◇사진설명:(사진 上)부동산 내비게이션에 탑재된 콩나비SW (사진 아래 왼쪽)HP 미니노트북PC(사진 오른쪽)네트워크 단말기 ‘민트패드’

■ 소비패턴의 다양화
제품만 잘 만들면 팔리던 시대는 종지부를 찍었다. 관련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보고 소비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전자사전 신제품들은 조그마한 기기에 어학사전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눌러 담았고 MP3 플레이어와 연동된 삼성 ‘이모디오’와 애플 ‘아이튠스’는 불법 다운로드에 길들여진 음원, 영상 콘텐츠도 하나의 수익모델로써 자리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줬다.

소비자가 콘텐츠 생산자로 직접 나서면서 이 같은 참여를 가능케 한 기기 판매량이 부쩍 늘어난 점도 주목할 점이다.

예를 들어 애플은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내려받아 게임을 만든 개발자들에게 애플 ‘앱스토어(App Store)’에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발된 콘텐츠가 팔리면 수익의 70%는 개발자 몫으로 돌아간다.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양극화 이슈는 IT기기 시장에도 적용됐다. ‘개성’과 ‘부’를 상징하는 소위 럭셔리 명품 아이템들과 10만원대 이하 저가형 제품들로 분명하게 갈렸다. 어중간한 제품이 들어갈 공간은 크게 줄었다.

한국HP는 노트북 커버에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을 새겨 넣을 수 있도록 했고, 레인콤은 그동안의 제품 정책을 엎고 미키마우스를 연상시키는 저가형 MP3플레이어로 히트를 쳤다.

트렌드에 발맞춘 콘텐츠를 구비해 시선을 끈 제품들도 인기를 모았다.

일례로 부동산 내비게이션인 콩나비 '에이전트(Agent) M7010'는 ▲아파트의 준공일과 평당가격, 월간 변동금액을 표시하며, ▲시세변동그래프 서비스와 ▲평면도 표시 서비스(4GB메모리 사용시) ▲다음부동산 중개업소 표시 등이 제공돼 부동산 중계업자들에게 대환영을 받았다.

민트패스의 ‘민트패드’는 새로운 문화를 판매와 직결시킨 사례로 통한다.

이 회사는 네트워크 단말기에 메모와 블로그, 채팅이란 요소를 쉽게 삽입해 대학가에 이색 놀이문화를 전파시키며, 휴대용 멀티미디어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사진설명:(사진 上)엔비디아 쿠다를 활용한 게임그래픽 구현, (사진 下)CPU와 GPU를 결합한 AMD의 GPU컴퓨팅 ‘AMD 스트림’

■ 비주얼 컴퓨팅 속도전 ‘가속 패달 밟았다’
‘비주얼 컴퓨팅’이 IT시장에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이를 둘러싼 인텔-엔비디아-AMD의 3각 구도는 더욱 날카로와졌다.

경쟁의 핵심인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대용량 부동소수점 데이터를 병렬 고속 처리를 통해 매우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컴퓨터 부품으로 3D게임과 자동차 시뮬레이션, H.264 등의 방송 콘텐츠와 U-헬스케어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CPU(Central Processing Unit)는 고정, 부동소수점을 모두 처리할 수 있지만 부동소수점연산에서 GPU 성능을 따라잡기엔 그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최근 GPU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CPU 역할을 대신하는 ‘GPU 컴퓨팅’이란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장에 제일 먼저 뛰어든 업체는 엔비디아다.

현재까지 쿠다(CUDA)를 활용, ‘테슬라(Tesla) 10’ 버전까지 내놓으면서 이 분야 최고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독주를 멈추게 할 새로운 경쟁소스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엔비디아의 현 위상도 위태위태한 실정.

AMD는 최근 업계 표준인 오픈CL(Open CL)을 강조한 ‘ATI 스트림’ 컴퓨팅을 내놓으면서 엔비디아 쿠다와 인텔의 ‘라라비’(larrabee)를 동시에 정조준했다.

AMD는 엔비디아의 쿠다를 ‘그들만의 언어’라고 규정하며, 프리웨어의 장점을 내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의 가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CPU와 GPU가 통합된 그래픽 칩셋 ‘라라비’를 내년에 공개할 예정이다.

■ 흉흉한 인력감원 ‘쓰나미’
주요 IT 기업들의 실적감소 및 내년도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대규모 인력감원 계획들이 쏟아졌다. 인력감원 폭풍은 컴퓨터와 통신, 반도체 등 전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지금까지 델은 지난 8월 약 8천900여 명의 직원 감원을 완료했으며, 대부분의 보유 공장을 앞으로 1년 6개월 내에 매각하고, 일부 공장을 폐쇄할 것임을 밝혔다. HP도 앞으로 3년간 전체 인력의 7%가 넘는 2만4천600명을 감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칩셋 제조사인 엔비디아도 고성장 기대 분야에 대한 선택적인 투자를 위해 전세계 약 6.5%(360여명)의 종업원을 감원할 계획임을 지난 9월 발표한 바 있다.

예년 같은 활황세를 기대할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같은 감원폭풍은 내년에 더 거세게 불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설명: (사진 왼쪽 上) 닌텐도 위(Wii), (사진 오른쪽)블루레이 디스크와 이를 재생할 수 있는 노트북PC, (사진 왼쪽 下)인텔개발자포럼에서 등장한 MID

■ 선수교체
디지털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제품들이 이어졌다.

아날로그 시대에 일회용 카메라 시장의 선두주자였던 폴라로이드가 디지털 카메라의 출현으로 생산을 중단했고, HD-DVD 진영을 이끌던 도시바가 시장철수의사를 밝히면서 차세대 영상포맷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블루레이디스크에게 자리를 내줬다.

동영상 포맷을 재생할 수 있는 MP4 플레이어 시장이 대중화되면서 음악만 재생할 수 있는MP3 플레이어 입지는 더욱 위축됐으며, PMP, UMPC 등 기존 모바일 기기들은 넷북, MID의 등장으로 인해 반짝 트렌드로 막을 내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가정용 비디오 게임시작에도 지각변동이 따랐다.

중력감지 센서와 터치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기를 표방한 닌텐도 ‘위’(Wii)와 휴대용 ‘DS 라이트’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기존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의 자리를 옥좼다.

■ “소송으로 얼룩지다”
올 IT업계는 이권을 둘러싼 법적 공방으로 시커멓게 얼룩졌다.

특히 최근엔 국내와 해외 업체간의 소송뿐 아니라 국내 업체들간의 특허소송 건수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는 IT기기의 컨버전스화가 특허 침해로 오해를 받을 요소가 많아졌고, 경쟁사의 견제 수단이자 특허권 사용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일례로 영상관련 제품업체 코닥과 플래시 메모리 업체 스팬션이 삼성과 LG전자를 상대로 내건 특허권 침해 소송은 플래시메모리를 탑재한 휴대전화와 카메라폰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두 기업은 “기술적으로 다른 방식”이라며 원칙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 밖에 삼성전자가 중국 현지 통신업체가 제기한 듀얼폰 관련 특허소송에서 패소, 96억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물어줘야 하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카메라폰 정지영상압축 기술(JPEG)에 대한 특허소송에서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LG전자, 팬택)가 필립스를 상대로 승소한 적도 있었다.

당시 법원이 만약 필립스의 손을 들어줬다면 모든 카메라 기능이 부착된 휴대폰에 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으므로 그 피해액은 수천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자칫 기업이 송두리째 흔들릴 뻔한 위기를 맞을 뻔 한 것이다.

그 밖에 멀티미디어 제조사인 레인콤과 에이트리, 양사간의 영업비밀보호 관련 치열한 법정공방이 레인콤의 승소로 우선 일단락 됐으며, 불공정거래로 철퇴를 맞은 인텔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법정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사진설명: (시계방향) 엑슬림 프로 EX—F1, 파인픽스 Z200fd , 올림푸스의 포서드 시스템을 적용한 DSLR의 목각, 파인드라이브 바이오

■ 익살스런 신기술의 대행진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사람의 친밀도를 계산하고, 목소리까지 알아듣는단다. 제품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신기술의 등장은 IT시장에 새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올해 선보인 신제품 중엔 익살스런 연출이 두드러진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환심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제품간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100퍼센트 발휘한 제품들이 호황을 이뤘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을 웃게 한 제품엔 무엇이 있었나.

먼저 1초에 무려 60장의 사진을 연속해서 촬영할 수 있어 TV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는 느린 재생이 가능케 한 하이엔드 디지털카메라(제품명: 엑슬림 프로 EX-F1),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작동하는 내비게이션(제품명: 파인드라이브 바이오), 서로간의 친밀도에 따라 사진 프레임 속 얼굴의 간격을 조절할 수 있는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제품명: 파인픽스 Z200fd), 묵직한 전문가용 DSLR카메라를 사과보다 더 가볍게 제작할 수 있는 설계기법(포서드) 등이 올 IT시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컨버전스 붐도 여전한 대세였다. 전문가용 DSLR카메라에 캠코더 기능을 더한 제품들이 주류를 이뤘고, 역으로 캠코더에 DSLR카메라에서 볼 수 있던 연사 기능을 합친 제품도 눈길을 끌었다. 또 플래시 메모리와 D램이 한 개의 메모리 트랜지스터에서 복합기능을 수행하는 퓨전메모리(URAM)가 개발돼 화제가 됐다.

■ ‘새판짜기’ 한해
삼성전자를 비롯 국내외 중견기업들이 새로운 수장을 맞아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재도약을 예고한 삼성전자는 윤종용 부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은 신임 이윤우 부회장을 사령탑으로 맞았고 30여 년간의 태평로 시대를 마감, 서초동 신사옥으로 이전했다.

멀티미디어 제조사인 디지털큐브는 휴대전화 기업 텔슨과 전격 합병되면서 PMP시장 1위 업체의 왕자를 재탈환하겠다는 의지를 새롭게 다졌으며, 삼보컴퓨터는 2007년 하반기 샐런의 인수합병 이후 PMP, MP4 플레이어, MID 등의 신제품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며, 법정관리 이후 흑자경영을 연이어 달성, 과시적인 성과를 올해 거뒀다.

■ 친환경 정책에 ‘앞장’
글로벌 업체들은 물론이거니와 국내 대기업 제조사들도 ‘친환경’에 팔을 걷어 부친 한 해였다. 제품의 포장을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쓰거나 친환경적인 수송 체계를 구축해 온실가스 방출 및 대기 오염을 줄이는 데 앞장섰다.

예컨대 델인터내셔널(대표 김인교)은 환경공익 기금을 조성해 환경운동에 동참했으며, 프린팅 솔루션 전문업체인 렉스마크는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스마트웨이 트랜스포트 파트너십’에 가입, 친환경적인 제품 수송 체계를 갖췄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친환경 자연소재로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친환경 휴대폰, 소비전력 저감, 최소형 설계 등 친환경 기술들을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