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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뉴스스크랩

경영의 전설 아이어코카, 당뇨 치료제 몰두

중앙일보 | 기사입력 2005-11-16 01:01

[중앙일보 장세정] 크라이슬러, 차 한대에 1달러씩 기부

내년말 새 치료법 임상시험 가능할 듯

미국 자동차 업계의 '전설적 경영인' 리 아이어코카(80.사진)가 이모작 인생에 도전해 남은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부실 투성이였던 크라이슬러를 완치시켰던 아이어코카는 난치병으로 알려진 제1형(소아) 당뇨병 치료법 개발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다.

아이어코카는 1946년 포드에 입사해 회장까지 올랐지만 2세 오너인 헨리 포드 주니어와의 불화로 78년 해고됐다. 그해 아이어코카는 35억 달러의 누적 적자와 고질적인 노사 분규로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던 크라이슬러로 옮겼다. 단돈 1달러의 연봉을 자청한 아이어코카는 부실 계열사 21개 정리, 직원 18만 명 중 5만 명 감축 등 강도 높은 대수술로 5년 만인 83년 크라이슬러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크라이슬러는 회생시켰지만 그 해 아이어코카는 아내 메리를 제1형 당뇨병으로 잃었다. 그는 비통한 심정으로 아내를 떠나보내며 "죽기 전에 제1형 당뇨병 치료법을 기필코 찾겠다"고 다짐했다.

92년 크라이슬러 회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아이어코카재단을 설립하는 등 당뇨병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지원 사업에 매진했다. 그의 후원으로 치료법 개발에 나섰던 보스턴 연구팀은 2003년 쥐 실험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나 자금 부족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자 아이어코카는 크라이슬러 광고에 출연해 받은 150만 달러의 출연료 전액을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부했다. AP통신은 최근 "20년 넘게 계속된 아이어코카의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됐다"고 전했다. 크라이슬러 자동차 딜러들이 내년 말까지 차 한 대를 팔 때마다 아이어코카재단에 1달러씩 기부키로 한 것. 딜러들의 기부금 300만 달러가 모이면 내년 말께 임상시험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20여 년간 이모작 인생에 헌신해온 아이어코카에겐 또 다른 결실의 계절이 가까워지고 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